서 론
식품은 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식품을 말한다. 식품의 섭취로 인해 인체에 해악이 발생하는 현상을 통틀어 식품이상 반응(adverse food reaction)이라 한다. 식품이상반응은 독성 반응과 비독성 반응으로 나뉜다. 식품알레르기(food allergy)는 비독성 반응에 속하며 특정 식품을 섭취하면 반복적으로 면역 반응이 일어나 인체에 해악이 되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1]. 항원-항체 반응의 전형적인 면역 반응이 대부분이나 식품 항원 간의 교차 반응은 물론, 흡입항원과 식품 항원 간의 교차 반응, 식품 항원의 흡수 정도에 따른 반응, 진드기에 물린 후 발생하는 식품알레르기 등 다양한 표현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는 음식알레르기 또는 음식물 알레르기 등으로 쓰였으나, 2020년 3월(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 6판)에 식품알레르기로 전격 개정되었다. 본고에서는 식품이상반응의 비독성 반응 중 주로 식품알레르기에 한정하여 기술하겠다.
본 론
1. 식품이상반응의 분류
식품이상반응 중 독성 반응은 식품에 포함된 인체독성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해악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예로, 고등어과 생선(scombroid)을 섭취하였을 때 나타나는 두드러기, 복통, 설사 등이다. 고등어과 생선은 히스티딘(histidine, His)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데, 생선의 보관이나 유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 세균의 증식으로 인해 히스티딘은 구조적으로 유사한 히스타민(histamine)으로 변환된다. 히스타민 함량이 높은 식품을 섭취하면, 식품알레르기와 유사한 두드러기, 가려움증,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고등어중독(scombroid poisoning)이라 한다. 고등어중독은 선도에 따른 증상의 유무, 고등어 특이 면역글로블린E(immunoglobulin E, IgE) 음성, 고등어 항원을 이용한 피부시험 음성 등으로 고등어에 의한 식품알레르기와 구별된다[2,3].
비독성 반응은 혐오식품(food aversion), 비면역 반응(예, food intolerance), 면역 반응(예, food allergy) 등이 있다. 비면역 반응은 식품의 문제라기보다는 섭취하는 사람에 따라 발생한다. 특정 탄수화물 흡수 장애, 락토스분해효소(lactase) 결핍, 알코올분해효소(aldehyde dehydrogenase) 결핍 등이 해당된다.
식품알레르기는 특정 식품에 대한 특이면역 반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식품에는 다양한 항원들이 포함되는데, 특정 항원에 대한 특이 IgE가 작용하는 IgE-매개(IgEmediated) 와 특이 IgE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비IgE-매개(non-IgE mediated)로 나뉜다. 후자에는 호산구 염증과 관련이 있는 호산구 식도염, 호산구 위장관염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식품알레르기는 특정 식품 항원에 대한 IgE-매개 반응으로 발생한다(Table 1).
2. 역학
식품알레르기의 유병률은 연구 대상의 연령, 지역, 인종/민족, 식습관, 연구 방법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1]. 특정 식품에 의한 식품알레르기의 유병률은 그리 높지 않다. 흔히 식품과 연관된 증상과 징후가 나타나면 식품알레르기로 여기지만 이 중 실제 식품알레르기로 확진되는 비율이 높지 않아 오인된 경우가 흔하다.
흔한 식품 전반에 대한 식품알레르기는 설문에 의한 유병률은 13%, 알레르기 검사 및 증상으로는 3%, 특정 식품 섭취 후 증상의 재현 유무를 확인하는 유발검사에서는 3%였다. 식품을 우유로 특정하는 경우, 설문에 의한 우유 알레르기 유병률은 3.5%이지만, 알레르기 검사 및 증상으로 진단하는 경우는 0.6%, 유발 검사 양성은 0.9%에 불과하였다.[1] 한 인구기반 연구에서 식품(우유, 계란, 밀, 콩, 레몬, 생선, 조개, 땅콩, 콩) 섭취 후 이상 반응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한 경우는 20%가 넘었지만, 실제 해당 식품을 이용한 유발 검사에서는 2% 미만(1.4-1.8%)에서 증상이 재현되었다[4]. 국내 소아 및 성인 식품알레르기의 유병률은 각각 6%, 3-4%로 알려져 있으며, 유병률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5,6].
3. 진단
식품알레르기는 다른 알레르기 질환의 진단과 다르지 않다. 특정 식품 섭취 시 증상 및 징후가 발생하는 병력이 있으며, 증상 및 징후가 반복적이며 재현 가능한 경우, 식품알레르기 가능성이 높다. 진단적 검사로는 식품 자체를 이용하거나 상업용 식품 알레르겐을 이용한 피부시험, 식품 항원에 대한 혈청 내 특이 IgE 항체 검출(AdvanSure™, ImmunoCAP™) 등을 시행해 볼 수 있다. 특정 식품을 직접 섭취한 후 병력의 증상 및 징후를 재현시키는 유발 검사(food challenge 또는 food provocation)로 식품알레르기를 확진할 수 있다. 이때, 피검자의 이차적 이익이나 면역 반응 이외의 식품이상반응을 감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중맹검법(double blind)으로 유발 검사를 시행하거나 위약대조군(placebo controlled)을 적용시켜 유발 검사 결과의 신뢰도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7].
4. 원인 식품 및 임상 양상
국내 단일기관에서 식품알레르기로 확진된 600명의 식품알레르기 환자를 대상으로 원인 식품을 조사하였다. 과일류가 가장 흔한 원인이었으며, 갑각류, 밀가루/메밀가루, 야채류, 견과류, 곡류, 번데기, 해산물, 인삼, 고기류, 우유 등의 순이었다. 95%에서 섭취 후 1시간 이내 증상 및 징후의 발생을 경험하였다. 증상 및 징후가 발생한 신체 부위는 피부(35.3%), 구강(27.4%), 호흡기(16.2%), 심혈관계(7.1%), 소화기계(4.0%), 눈(1.2%), 코(1.1%) 등이었다[8].
일반적인 혹은 전형적인 식품알레르기는 특정 식품을 섭취한 후 수시간 이내에 IgE-매개 면역 반응으로 인한 증상 및 징후가 발생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식품 항원의 섭취량, 조리 방법, 흡수량 등에 따라 증상 및 징후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식품알레르기가 발생하는 식품과 다른 식품에서 항원을 공유해 유사한 증상 및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교차 반응(cross-reaction)이라 한다. 분류학적(taxonomy)으로 가까운 동식물일수록 일부 항원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과일류 및 갑각류에서 흔히 나타난다. 갑각류(crustacea)로 분류되는 새우, 게, 가재 등에서 교차 반응이 흔하며, 일부에서는 곤충류(insect), 번데기 등까지 교차 반응이 확대되기도 한다. 교차 반응으로 발생하는 식품알레르기는 라텍스-과일 또는 라텍스-야채 증후군[9], 꽃가루-식품 알레르기 증후군[10], 육고기 알레르기[11] 등이 있다. 그리고 원인 항원을 섭취한 후 항원의 체내 흡수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보조인자에 의해 발생하는 표현형으로 식품 의존성 운동유발 아나필락시스가 있다[12].
5. 라텍스-과일 또는 라텍스-야채 증후군(latex-fruit/vegetable syndrome)
라텍스 알레르기는 천연고무 성분(natural rubber latex)에 대한 특이 IgE-매개 면역 반응으로 증상 및 징후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고무나무의 수액을 굳혀 제조하는 라텍스는 흔히 사용되는 제품들(신발창, 풍선, 장갑, 콘돔 등)의 원재료이다. 라텍스 알레르기는 직업적으로 라텍스를 다루거나 라텍스 장갑을 장시간 사용하는 의료기관 종사자 등 반복적으로 천연고무 성분에 노출되는 사람들에게 흔히 발생한다. 라텍스 알레르기 환자의 30-50%에서 라텍스가 포함되지 않은 다른 식물성 항원과 교차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라텍스 알레르기 환자가 라텍스와 관계없는 식물성 식품에 특이 IgE-매개 면역 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라텍스-과일/야채 증후군(latex-fruit/vegetable syndrome)이라 한다.
라텍스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게 식물성 식품에 식품알레르기가 나타나면 라텍스-과일/야채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라텍스 항원과 식품 항원을 이용한 ELISA 억제시험(ELISA inhibition test), 혹은 Western blot으로 확진할 수 있다. 라텍스-과일/야채 증후군은 아보카도, 바나나, 키위 같은 열대과일에서 발생하나 최근에는 밤, 복숭아, 토마토, 감자, 파프리카, 가지, 시금치 등 다양한 과일/야채에서 확진되고 있다.9,13 라텍스 항원 중 Hev b 1, 3, 5, 6 (class I chitinases) 등이 교차 반응에 관여하는 주항원(major allergen)으로 밝혀졌다[14].
6. 꽃가루-식품 알레르기 증후군(pollen food allergy syndrome)
꽃가루에 대한 알레르기 비염이나 결막염은 대체로 인구의 10-40%가 이완되는 흔한 알레르기 질환이다. 개화기에 대기 중 꽃가루 농도가 높아지면, 꽃가루 항원에 대한 눈, 코 점막에 IgE-매개 면역 반응이 일어나며, 재채기, 콧물, 코막힘, 소양감, 이물감 등의 증상 및 징후가 발생한다. 개화기에 따라 증상의 발생 시기가 매년 일정하여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결막염(seasonal allergic rhinoconjunctivitis), 또는 집먼지진드기 같은 실내 항원에 의한 알레르기 질환과 구별하여 화분증 또는 꽃가루병(pollinosis)으로 불린다. 꽃가루병 환자 중 일부에서 과일/야채류에 대한 식품알레르기가 나타나는데, 꽃가루-식품 알레르기 증후군(pollenfood allergy syndrome, PFAS) 또는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oral allergy syndrome)이라 한다[15].
PFAS 환자가 해당 과일/야채를 섭취하게 되면, 입 주변 또는 목에 소양증이나 부풀어오름 등 대부분 경미한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심한 경우, 비염 또는 천식의 악화, 아나필락시스 같은 전신 증상과 징후가 나타나기도 한다. 꽃가루 항원과 꽃가루에서 비롯된 열매(과일/야채) 항원 간의 교차 반응 때문이다.
7. 식품 의존성 운동유발 아나필락시스(food-dependent exercise-induced anaphylaxis, FDEIA)
조개류를 섭취하고 수시간 후 달리기를 하던 중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사례가 1979년에 처음 보고되었다[17]. 식품 항원에 대한 특이 IgE 항체를 가지고 있으나, 평소 해당 식품 섭취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해당 식품을 섭취한 후 운동 같은 보조인자가 뒤따를 때 아나필락시스 같은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한다.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 62명의 FDEIA 환자를 분석하였다. 20-40대(71%), 남자(73%)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관련 식품으로는 밀가루가 전체 70%를 차지하며, 10% 이하에서 고기류, 해산물류, 야채류 등이었다. 원인 식품 섭취 후 증상 및 징후의 발생까지 평균 1시간이 걸린다[12].
밀(wheat)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식재료이며, 국내 성인의 식품알레르기의 주요 원인 식품 중 하나이고, FDEIA의 주요 원인 식품이다. FDEIA의 대다수 사례들은 밀가루 섭취와 연관이 있기때문에, 이를 구별하여 밀가루 의존성 운동유발성 아나필락시스(wheat-dependent exercise-induced anaphylaxis, WDEIA)라고 부른다[12]. 밀 항원은 염에 녹는 성질과 반죽을 형성하는 성질에 따라 글루텐(gluten, dough forming/salt insoluble)과 비-글루텐(non-gluten, dough unforming/salt soluble)으로 구성된다. 글루텐 중 감마-글리아딘(γ-gliadins), 오메가-글리아딘(ω-gliadins), 고분자량 글루테닌(high molecular weight glutenin subunits) 등이 WDEIA와 연관된 밀 항원으로 알려져있다(Fig. 1) [18].
밀가루 음식 섭취 후 수시간 내 보조인자에 노출 후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다면, 오메가-5-글리아딘(ω-5-gliadin)에 대한 특이 IgE 항체의 검출로 WDEIA를 확진(특이도 100%)할 수 있다. 보조인자로 운동만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진통소염제, 술, 감염병 등도 보조인자로 밝혀졌다. 발병기전의 가설로는 보조인자에 노출되면, 이미 섭취된 장내 밀 항원의 체내 흡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IgE-매개 면역 반응이 발생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19]. FDEIA는 특정 식품 섭취에 이은 보조인자 노출에 의해 발생하므로, 특정 식품을 철저하게 회피하거나, 부득이 섭취 시 수시간 내에 보조인자를 회피하면 증상 및 징후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12,20].
8. 육고기 알레르기(red meat allergy)
항암 치료제인 cetuximab 투여 후 발생한 아나필락시스 사례 연구에서 생물학적 제제의 생산과정에서 분자 내 포함된 이종 단백질에 의한 감작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cetuximab을 최초로 투여받은 환자에게서 유사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는데, 진드기 교상 때문으로 밝혀졌다[21]. 육고기(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포유류 고기)를 섭취하고 수시간이 지난 후에 두드러기, 호흡곤란, 복통, 아나필락시스 등의 IgE-매개 면역 반응에 의한 증상 및 징후가 발생한다[22]. 원인 항원은 포유류에서만 특징적으로 존재하는 올리고당(oligosaccharide)인 galactose-α-1,3-galactose (α-gal)로 알파갈 증후군(α-gal syndrome)으로도 불린다. 소, 돼지, 양, 개, 고양이, 캥거루 등의 포유류에 존재하지만, 조류(닭, 오리), 어류 등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포유류 중에서는 원숭이, 사람 같은 영장류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육고기 알레르기는 야생 진드기에 물리면, 진드기 침에 있는 α-gal에 감작되어 발병하는 진드기 매개 질환으로 국내에서는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severe fever and thrombocytopenia syndrome)을 매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Haemaphysalis longicornis)가 분포하는 곳에서 발병할 수 있다[11,23,24]. 진드기 자상 1-2개월 후 또는 진드기에 물릴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사람이 다양한 육류를 섭취할 때마다 증상 및 징후가 발생하고, 조류 및 어류에 발생하지 않으면 의심할 수 있다. 육고기 섭취 후 평균 5시간 이후에 발생하며, 아나필락시스가 흔하게 나타나는 임상 양상이 특징적이다. α-gal 및 해당 육고기에 대한 특이 IgE의 검출로 확진할 수 있다. 상업용 시약을 이용한 피부시험에는 주로 음성을 보인다[11,25].